‘PD 수첩’, 검찰-스폰서 25년 밀착관계 폭로

경향닷컴 안광호 기자

MBC ‘PD 수첩’이 법의 날(25일) 특집으로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검찰과 이른바 ‘스폰서’의 밀착관계를 고발한다.

MBC ‘PD 수첩’ 제작진이 입수한 향응 및 성 접대받은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기록된 문건.

MBC ‘PD 수첩’ 제작진이 입수한 향응 및 성 접대받은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기록된 문건.

20일 밤 법의 날 특집(857회)으로 방영될 예정인 이날 방송분에서는 ‘PD 수첩’ 제작진이 84년 3월부터 09년 4월까지 향응 및 성 접대받은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기록된 문건을 확보, 공개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ㅂ’ 지검장과 ‘ㅎ’ 부장을 비롯해 법무부 고위직 인사와 부장검사가 언급돼 있다. 문건에는 적어도 100명 이상의 전·현직 검사들이 향응 및 성 접대를 받았고, PD수첩은 이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에 착수했다.

문건을 작성한 주인공은 1980년대 경남 일대에서 대형 건설 회사를 운영하던 홍두식 사장(가명)으로, 그는 84년 검사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해 지난 25년 동안 검사들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 홍 사장은 “그날그날 만나는 검사들에게 술을 사고, 숙박을 책임지고, 성 접대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라고 고백한다. 정기적인 현금 상납은 물론, 명절 때마다 선물을 전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문건에는 구체적으로 지난해 3월 ‘ㅎ’ 부장(당시 차장검사)이 후배 검사들과 함께 홍 사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 그 중 일부는 성 상납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지만, 당사자는 술자리 접대만 시인했을 뿐 성 상납은 부인했다. 또 당시 홍 사장과 접대 자리에서 처음 만난 모 부장검사는 10여 일 후 자신의 부하 검사들을 모두 데리고 재차 홍 사장과 회식을 한 뒤 모든 비용을 홍 사장이 부담하게 하기도 했다.

홍 사장의 이른바 ‘X파일’에는 이 외에도 구체적인 접대 날짜와 참석자가 기록돼 있다. 2003년엔 ‘ㅂ’ 지검장이 형사1부장 검사로 재직 중이었는데, 당시 형사3부장 검사로 재직 중이던 ‘ㅎ’ 부장과 함께 홍 사장으로부터 향응을 받았고, 문건에 적시된 것만 8차례다. 심지어 함께 자리한 일부 검사에게는 성 접대가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회식에 참석한 평검사들에게 성 접대를 주선했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뿐만 아니라 당시 접대에 사용한 상당수 수표 번호도 고스란히 기록돼 있어 홍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을 더했다.

하지만 25년 동안 검사들에게 상납했다는 홍 사장 문건에 등장하는 검사들 대다수가 홍 사장의 접대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홍 사장이 한 달에 200만원씩 정기적으로 현금 상납을 했다는 전직 지청장의 경우 홍 사장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홍 사장의 사무실에서 찍은 본인의 사진을 제시하자 당황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PD 수첩’ 최승호 PD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원래는 법의 날 특집으로 우리나라 사법부 전반에 드리운 부정 등에 대해 취재할 예정이었으나, 취재 중에 이같은 문건을 입수하게 됐다”며 “취재 중에 느낀 점은 ‘언론도 마찬가지지만 검찰도 비판받는데 참 익숙하지 않는 조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건에 거론된 검사들 대부분이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고 심지어는 모든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는 등의 사실상 겁박하는 분들도 꽤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 훈령 제581호 ‘검사윤리강령’에 따르면 ‘검사는 민주사회를 구현해야 할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 높은 도덕성과 윤리 의식을 갖추고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검사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고 언급돼 있지만 검찰 스스로 세운 윤리강령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은 매우 다르다고 ‘PD 수첩’ 제작진은 밝혔다.


Today`s HOT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황폐해진 칸 유니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