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 연간 판매액은 37조 7674억원(추정치)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34조 7738억원을 기록한 대형마트의 연간 판매액을 앞질렀다.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또 다른 통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2021년부터 이미 관측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하는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매출 순위는 2021년부터 백화점-편의점-대형마트 순으로 바뀌었다.
지난해에도 백화점이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율은 17.8%로 48.6%의 온라인 매출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채널 중에 가장 많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백화점의 오프라인 유통 매출 순위는 대형마트에 밀려 늘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 순이었다. 백화점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유통 매출 순위를 편의점에게 내주며 3위로 밀리기까지 했다.
백화점은 코로나19 유행 초반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기불황 등에 대한 우려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유행 하반기에 들어설수록 해외여행이 막힌 소비자들의 대체소비처로 백화점이 떠올랐다. 증권, 코인 등 자산시장의 호황으로 두둑해진 소비자의 주머니가 명품과 같은 고가품으로 한꺼번에 쏟아졌다. 실제 국내 주요 백화점에는 명품을 사기 위해 영업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적잖게 연출 됐다
일본 백화점은 1980~1990년대 중산층 가정의 주말 나들이 장소였다. 1990년대에 시작된 장기 경기침체기인 '잃어버린 30년'을 거치며 매출이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결정타가 됐다. 1999년 전국 311곳에 달하던 백화점 수는 20년여 만에 40%가량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일본도 코로나19 유행이 완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으나 한국과는 양상이 달랐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져 온 장기간의 경기불황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완화된 시점에도 일본에는 '보복소비'와 같은 양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코로나 팬데믹 때 저축을 늘린 일본인들이 코로나가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저축액을 찾아 쓰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인들이 쌓아놓은 가계의 코로나 저축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는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백화점의 '변신'도 한국과 일본 백화점의 성적표를 갈랐다고 분석한다. 국내 백화점들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역할에서 벗어나 고객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도입해 고객이 백화점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한 반면 일본 백화점은 물판점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부산 해운대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의 경우 백화점 본관은 연면적 29만3500㎡(8만8784평)에 영업면적 14만762㎡(4만2580평)에 달하는데 이 중 1만여평을 아이스링크, 스파, 골프레인지, 서점, 극장 등 물건 판매와 관계없는 비물판시설로 채웠다. 대전 신세계백화점은 '대전신세계 Art&Science'로 명명하고 내부에 과학관을 만들었고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는 국내 백화점 최초로 아쿠아리움을 입점시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출범하면서 '백화점'이라는 단어를 과감히 떼어냈다. 백가지 물건을 파는 곳, 백화점이란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36년 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개장 때부터 단 한 번도 떼 본적 없던 '백화점' 단어를 지운 것은 백화점 업계의 지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도 총 영업면적 가운데 물판 비중은 30%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공간은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채워넣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체험형 컨텐츠를 통해 백화점을 지역 랜드마크로 만드는 전략을 십수년 전부터 펼쳐왔다"며 "그 지점이 일본과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