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재팬 누그러져도 잘 안되네” 적자 지속되는 무인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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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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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재팬(NO JAPAN·일본제품 불매운동)’ 바람이 누그러졌다는 분석이 많지만, 무인양품의 손실은 이어지고 있다. 실적이 부진했던 최근 2~3년 새 경쟁사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무인양품은 일본 양품계획(60%)과 한국 롯데상사(40%)가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의류와 액세서리, 가구, 패브릭, 가정용품, 문구류, 식품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무인양품 AK플라자 백화점 분당점. /AK플라자

13일 무인양품이 작년 9월부터 올 8월 30일을 기준으로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3년 가까이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무인양품은 2018년까지만 해도 매출 1378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소박하지만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생활용품에 대한 소비자 욕구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2019년 국내에 불어 닥친 일본제품 불매운동 타격이 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나 무인양품뿐 아니라 일본 여행까지 줄어들던 때였다”면서 “무인양품은 특히나 일본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 용품이나 액세서리가 많아서 타격이 더 컸다”고 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타격을 입은 지 3년. 일본제품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는 잠잠해졌지만 무인양품의 회복세는 더딘 편이다. 2005년 일본 유니클로 본사 패스트리테일링(51%)과 롯데쇼핑(49%)의 합작 법인인 유니클로가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관계사에 배당을 재개한 것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유통업계에선 그 이유로 경쟁사로 꼽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가 워낙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10월 말 기준 자주의 오프라인 매장은 252곳.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2018년 매장 수가 166곳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객 접점이 크게 늘었다. 무인양품은 11월 기준 국내 오프라인 매장 39곳에 불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는 쪽으로 경영을 펼쳤던 유통사가 많았는데 자주는 꿋꿋하게 매장 수를 늘려왔다”고 했다.

생활용품 기업인 다이소에 대한 고객 인식이 강해진 것도 이유다. 무인양품의 생활용품이 다이소가 구비한 생활용품보다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있지만, 최근 자산시장이 급락하면서 가격에 민감한 이들이 늘었다. 디자인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면 이왕이면 가격이 싼 상품을 골라잡는 소비자가 늘면서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 무인양품을 덜 찾는다는 뜻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무인양품의 이미지와 겹치는 자주의 공격적 확장 등을 감안할 때 무인양품이 생활용품 매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 무인양품의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 구비상품 확대, 가격 정책 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무인양품 온라인 스토어의 성장도 판도를 뒤바꿀 요인으로 꼽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매에서 ‘바잉파워(판매점의 구매력)’를 늘리고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야 하는데 무인양품은 자주에 비해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질 못하고 있다”면서 “건강·미용시장(H&B)에서 올리브영이 공격적 매장 확대로 경쟁사를 고사시킨 점을 감안하면 무인양품이 자주의 공격적 행보에 맞설 무기를 장착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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