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아마존보다 50배 빠르다"…오라클, 클라우드 大戰 불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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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샌프란시스코 `오라클 오픈월드` 행사 가보니

DB관리 최강자 오라클
클라우드서 진검승부 나서

AI 클라우드 40기가 무료
데이터센터 36곳으로 확대
한국서도 서울 외 춘천 추가

연말엔 아마존이 반격 나설듯


지난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오라클 기술연례회의 `오픈월드`에서 래리 엘리슨 창업자가 자사의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기업용 소프트웨어들을 공급하는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재미있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클라우드 서비스 위로 올라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에 강점을 가진 회사들이 수많은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기업용 IT 시장 트렌드는 '사물인터넷'이 화두였지 '클라우드'는 주된 키워드가 아니었다. 그런데 아마존웹서비스 등이 탁월한 속도로 기업 내부 IT 인프라를 바꿔 나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줬고, 이를 이용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클라우드는 완전히 유행을 타서 급격한 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에 뒤처져 있었던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오라클'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를 오류 없이 빠르게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데 큰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에서도 약 4만개 기업이 오라클의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할 만큼 광범위한 고객 기반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1초당 수만 개 데이터들이 생성되는데, 이를 오류 없이 관리하는 데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솔루션 외에는 감당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마존, MS 등이 클라우드로 가는 동안 오라클은 이 영역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문 대표인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열린 자사 행사 '리인벤트(re:Invent)' 기조연설에서 공개적으로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가 클라우드 사업 영역에서 엑스레이를 쪼아 봐야만 보일 수 있다며 깔아뭉갠 적도 있다.

그런 오라클이 지난 17~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자사 기술연례회의 '오픈월드'에서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들을 공개했다. 엘리슨 창업자는 "아마존보다 50배 빠른 제품" "아마존은 하지 못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라클은 클라우드상에서 움직이는 전사적자원관리프로그램(ERP), 고객관계관리프로그램(CRM), 인재관리프로그램(HCM)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들도 발표했는데, 엘리슨 창업자는 이 영역들의 강자인 SAP나 워크데이 같은 기업들도 "오라클보다 못하다"며 원색적으로 깔아뭉갰다. 엘리슨 창업자는 SAP에 대해 "35년 전 작성한 코드를 그냥 HANA라는 인메모리 기반 클라우드 위에 올려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처럼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SAP와 아마존이 이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것 같진 않다. SAP는 24~2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테크에드'라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고, 아마존은 연말께 자사의 최대 기술 이벤트인 '리인벤트'를 역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연다. 이번에 오라클이 발표한 수많은 벤치마크 결과에 대해 반격할 계기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용 소프트웨어 고객들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오라클은 이번 오픈월드 행사를 통해 흥미로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다수 공개했다. 먼저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관리해 주는 '자율관리' 데이터베이스를 내놓았다. 특히 이 제품을 사용자당 40기가까지 무료로 무기한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가격정책을 내놓았다. 이 서비스가 없었다면 사용자들은 연간 3500만원가량을 오라클에 지불해야만 했을텐데, 그 비용이 없어지는 것이라는 게 한국오라클 측 설명이다. 오라클의 자율 운영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에는 'APEX'라는 흥미로운 앱도 포함된다. APEX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코딩을 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앱을 만들어 주는 소프트웨어다.

예를 들어 3만명 정도가 참석하는 이벤트가 있다면 해당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의 각종 데이터들이 모두 한곳에 담긴 앱을 APEX로 만들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엘리슨 창업자는 "아마존은 이렇게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비싸다는 뜻이다.

여기에 음성으로 운영되는 앱들도 출시했다. 예를 들어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오라클의 CRM 제품인 'CX유니티'를 사용하는 경우 그가 스마트폰에 대고 "30대 여성 고객들이 지금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제안해 줘"라고 말한다면, 이를 알아서 수행해 준다는 얘기다. 또한 오라클의 HCM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의 인사팀 팀장이 스마트폰에 대고 "우리 회사 내에서 미국 서부 지역에 있는 고객들과 소통이 가능하고 경제학을 전공한 직원들이 누구인지 찾아줘"라고 말하면 이 업무가 자동으로 실행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말까지 전 세계에 데이터 센터를 36개 개설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오라클은 전 세계에 16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20개를 15개월 내에 추가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서울 데이터센터 외에 춘천에 추가로 하나를 더 만든다고 이날 발표됐다. 오라클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 1위 사업자인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25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엘리슨 창업자는 "아마존에 비해 우리가 더 많은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라클은 이 밖에 2020년에 새로 내놓을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서비스도 공개했다. 앤디 멘델슨 오라클 수석부사장은 2020년 출시할 계획인 오라클의 새로운 클라우드를 소개하면서 인텔이 새롭게 개발한 메모리 규격인 '옵테인'을 활용해 메모리 내에서 데이터베이스를 바로 처리하는 서비스 '퍼시스턴트 메모리(Persistent Memory)'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디스크 공간을 사용하지 않고 메모리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처리하면서 속도를 높이는 이 기술은 오라클뿐만 아니라 SAP 등에서도 이미 제공하고 있었지만 오라클은 인텔의 새로운 메모리 규격 옵테인을 활용해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대비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엘리슨 창업자는 "퍼시스턴트 메모리를 적용한 결과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마존 웹서비스보다 50배 빨랐다"고 말했다. 또 오라클은 2020년에 블록체인 기술을 데이터베이스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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