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명줄 잡힐까…한국 압박하는 중국 “‘칩4’에 ‘노’라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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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31. 오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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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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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언론·외교 대변인·시진핑도 견제
반도체 사용 최다인데 자체 생산 적어
일·대만과 달리…한국 칩4 참여 결정 안해
중국 국기 오성홍기.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한국·미국·일본·대만)에 한국이 참여할지를 두고 중국이 연일 날 선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자칫하다가 ‘첨단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에 명줄을 잡힌 채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지난 18일부터 한국의 칩4 참여를 견제하는 기사를 계속 싣고 있다. 21일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22일 기사에서는 한 전문가를 인용해 “지난 20년 동안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얽혀서 분리하기 어렵고, 칩4에 가입할 경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자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과거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설계와 생산 면에서 급속히 발전하며 미국 반도체 분야에 위협이 되자 미국은 일본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견제했다”며 “한국이 칩4에 가입해도 미국으로부터 첨단 기술을 획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도 구체적인 통계를 들며 견제에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해 중·한 무역은 전년보다 26.9% 증가해 3623억 달러에 달했고, 반도체만 놓고 보면 한국이 지난해 수출한 반도체의 60%가 중국 시장에 들어왔다”며 “한국은 장기적인 이익과 공평하고 개방적인 시장 원칙에서 출발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으로 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거론하며 한국의 칩 4 참여를 견제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현재 세계 경제 정세는 도전으로 가득 차 있다”며 “규율을 위배해가며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망 단절을 하는 것은 미국 경제 진작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세계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칩4’ 결성 시도 자체를 통째 비판했다.

중국이 한국의 칩4 동맹 참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반도체 동맹 자체의 위력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60%를 사용한다. 미국(11%)이나 한국(5%), 일본(5%)의 5~12배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4686억 달러로 원유 수입(2550억 달러)의 1.8배에 달했다. 그러나 2020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 정도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상당 부분을 티에스엠시(TSMC)와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생산한다. 자체 반도체 생산량이 적은 상황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반도체 동맹이 출현할 경우 중국 정보통신(IT) 산업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산업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중국 반도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매우 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3일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며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빼면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라는 중국의 목표를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한발 더 나아가 네 나라가 힘을 합쳐 중국을 따돌리고 기술 연합을 하면, 후발 주자인 중국이 홀로 이를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영원히 미국에 명줄을 잡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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