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격추 실패… 5대 중 1대도 못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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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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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장시간 우리 영공을 휘저었지만 결국 격추에 실패했다.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군이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2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쯤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항적이 포착됐다. 우리 군에 확인된 무인기는 총 5대다. 4대는 강화도 일대에서 비행했고, 1대는 경기도 파주 인근 민간인 거주지역 상공을 지나 서울 북부 상공까지 진입했다가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까지 침투한 무인기는 남한 상공을 3시간 정도 휘젓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4대는 탐지에서 소실되기까지 총 5시간여 작전이 진행됐다고 합참은 밝혔다.

우리 군은 즉각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여러 차례 시행한 뒤 공군 전투기와 공격 헬기 등을 투입해 100여 발의 사격에 나섰지만 결국 격추에 실패했다. 사격은 헬기에서 20㎜ 기관총으로 이뤄졌다. 대부분은 무인기를 겨냥한 조준 사격이 아니라 레이더에 포착된 항적을 향해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인기를 향해 경고방송을 한 것에 대해 군 당국은 “무인기를 운용할 때는 기본적으로 조종 인원이 발진기지 인근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경고사격 역시 한강 수상과 지상 남측 지역으로 발사해 북한군에 우리가 무인기를 포착했음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무인기는 2m 이하 크기의 소형인데다 통상 하늘색이어서 전투기 조종사가 육안으로 식별 자체가 어려워 격추가 쉽지 않다고 군은 설명한다. 아울러 민간 거주지 상공이어서 우리 군도 적극적인 작전을 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와 그 뒤를 추격하는 전투기의 모습을 지상에서 찍은 사진이 한 방송사에 보도되면서 전투기나 지상 대공 방어부대에서 충분히 관측됐을 정도의 거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은 육군과 해병대의 대공 방어부대가 무인기 격추 작전에 참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 작전은 지상의 국지방공레이더와 이 레이더의 정보를 받는 벌컨포 운용 대공 방어부대에서 담당한다. 군 당국자는 무인기 격추 실패에 대해 “민가, 도심지 등 있는 상공이다 보니까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국민 피해를 고려해서 그 지역에서 사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전장 2m급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상대로 한 작전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면치 못하게 됐다. 이 무인기가 어떤 임무를 수행했느냐도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남한 상공에 5시간여를 머물렀으니 상당한 분량의 정찰 정보를 챙겨갔을 가능성도 있다. 또 해당 무인기가 무장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자칫 폭탄 등을 탑재했다면 상당한 물적·인적 피해가 수반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에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뿐 아니라 무인기 등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철저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유·무인 정찰자산을 군사분계선(MDL)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투입, 북한군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정찰 및 작전 활동을 수행했다.

우리 군 정찰기가 MDL을 넘어가기는 이번이 사상 최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MDL로부터 서부지역은 10㎞, 동부지역은 15㎞ 안에서 무인기 비행을 금지했었다. 군 당국자는 “적의 행동에 상응하는 조치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군의 작전 와중에 무인기 대응을 위해 출격하던 공군 KA-1 경공격기 1대가 이륙하던 중 추락했다. 경공격기에 탑승했던 조종사 2명은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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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김수정 기자입니다. 은행권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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