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사람] "표현의 자유, 정치권력이 재단 절감했다"

2011. 10. 29.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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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포스터에 '쥐 그림' 벌금형 확정 박정수씨

"내 행위에 대한 유죄판결을 근거로 향후 범죄자가 엄청나게 양산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지난달 13일에야 벌금 200만원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대학강사 박정수(41)씨는 그간 1년 가까이 벌어진 사법당국간의 지루한 싸움에 진저리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열흘 앞 둔 지난해 10월31일 오전 1시 서울 도심에 설치된 G20 홍보포스터에 쥐 모양의 그래피티(벽에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그린 당사자다. 당시 박씨를 조사한 검찰은 공용물 손상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청구, 과잉수사 논란이 일었다.

판결 후 평범한 대학강사의 삶으로 돌아간 박씨는 "돌이켜 보면 검찰과 법원이라는 거대 조직과 맞서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곳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신을 조사한 서울지검 공안부와의 길었던 신경전을 떠올릴 때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 시간들을 '비상식적인 검찰에 이성적으로 대응하던 시간'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박씨는 "사건을 형사부로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 수사관을 검사가 수사에서 배제해버리는 것을 목격한 뒤에야 이번 정권이 어떻게 검찰 권력을 움직이는지 알 수 있었다"며 "왜 새벽 1시에 집에 안 갔냐는 난센스 질문에 대답하는 것 자체도 난감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박씨는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각종 선거,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다. 박씨는 "향후 대선과 총선에서 선거 홍보용 포스터에 누군가 낙서하면 공용물 손상 혐의를 인정한 내 판결이 범죄혐의의 근거가 될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번 사태를 겪고 나니,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게 법률적으로 정해졌다고 해도 정치 권력에 의해 허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나부터 더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에서부터 가능성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쥐그림 사건 이후 자신을 응원해준 김여진씨 등 '날라리 외부세력'의 도움을 통해 '그래피티를 통한 표현의 자유'운동만큼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는 "판결 이후 외국인 노동자와 여러 기본 권리가 박탈된 사람들을 도우며 좋은 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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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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