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포스터 쥐그림’ 수상한 공안몰이

박홍두 기자

5명이 함께 공부한 인문학 연구모임 배후로 수사

경범죄 수준이 공안사건 변질… 18일 동시 재소환

경찰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낙서를 해 붙잡힌 대학 강사 박모씨(41) 등 5명의 배후를 인문학 연구공동체 ‘수유+너머’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범죄 수준인 포스터 훼손 수사가 G20 정상회의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캐내는 공안수사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대학강사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인 지난 2일부터 ‘G20 홍보 포스터 낙서’에 참여한 5명 전원을 차례대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G20 포스터 쥐그림’ 수상한 공안몰이

경찰은 이들 5명이 연구모임 ‘수유+너머’에서 세미나를 듣고 함께 공부하다가 이 같은 일을 공모했다는 점에 주목해 이들에게 ‘수유+너머란 어떤 곳인가’ ‘회원제 등 자격조건이 있나’ ‘누가 주도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나’ ‘세미나를 듣는 돈은 어디에 내는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 조사를 받은 ㅇ씨는 “경찰이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끊임없이 물었다”며 “수유+너머를 어떤 조직적 단체로 만들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대학강사 박씨도 지난 7일 재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때 휴대전화를 경찰에 압수당했다. 박씨의 변호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전화번호부를 뒤져 검경이 평소 주목하고 있던 주요 공안사범 용의자들이 나오는지 보려는 수사”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또 사건 현장인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인근의 모든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해 분석을 완료했다. G20의 알파벳 ‘G’와 쥐 그림의 ‘쥐’의 관계에 대한 추궁도 계속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G20에 쥐를 그린 것은 무슨 의미인가’ ‘쥐를 그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했다. 이들은 “발음이 같아서 그렸을 뿐”이라고 일관되게 대답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수사에 대해 떨떠름해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경찰 관계자들은 “검찰이 평소와 달리 일반적 재물손괴 사범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한 것도 이상했다”면서 “또 관례대로 훈방하거나 약식기소해 벌금형에 처하는 대신 영장 신청을 한 것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대학강사 박씨 등 낙서를 한 5명은 전과도 없는 시민들이었다. 공안부가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범죄, 정치·선거사범 등을 다루는 부서라는 점을 생각하면 검찰이 이 사건을 단순한 포스터 훼손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경찰은 이들 5명에 대해 오는 18일 한꺼번에 재소환해 대질신문을 벌일 방침이다.

‘수유+너머’의 고병권 책임연구원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대해 “어이가 없을 뿐이다. 수유+너머는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학술 연구모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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