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전 美여성 '애니'의 자전거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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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0.10.13. 오전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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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1895년 1월 13일 아침.

프랑스 파리 마르세유 거리에 검정 머리의 키 작은 20대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자 거리 곳곳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한 발은 붕대를 감은 채 핸들 바에 걸치고 나머지 한 발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등장한 이 여성의 이름은 애니 런던데리.

미국인인 애니가 자전거 세계 일주에 나선 것은 7개월 전인 1894년 6월 25일이었다. 그녀는 미국 보스턴에서 수 백명의 지지자와 구경꾼들의 전송을 받으며 이제껏 그 어느 여성도 도전하지 않은 모험에 나섰다.

가냘픈 체격에 세 아이의 엄마였던 애니가 자전거 세계 일주에 도전한 것은 보스턴의 부유한 상인 2명의 내기가 발단이 됐다.

이들 상인은 여성이 자전거로 세계를 일주할 수 없으리라는 데 큰 판돈을 건다. 애니는 이 내기에 도전했고, 무일푼으로 출발해 15개월 안에 자전거 세계 일주를 완수하기로 약속한다. 일주 과정에서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5천달러도 벌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여성이 바지를 입는다는 것조차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애니는 치마와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남성용 자전거복을 입은 채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녀는 여행 경비와 5천 달러를 벌기 위해 자전거에 광고를 부착하고 여행 중 들른 도시에서 사진과 기념품을 팔거나 강연을 했다.

'1894년 애니 런던데리, 발칙한 자전거 세계일주'(미지북스 펴냄)는 애니의 자전거 세계 일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인 피터 쥬틀린은 자신의 종증조(從曾祖) 할머니인 애니의 세계 일주 이야기를 4년 이상 추적,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애니가 거쳐갔다고 주장한 도시들의 당시 신문 기사를 일일이 찾아내고 대조해 그녀의 진짜 여정을 재구성한다. 애니는 청일전쟁이 한창이던 중국에서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누볐으며 시베리아와 한국도 방문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녀의 이야기 가운데 진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저자는 그녀가 증기선과 열차 등 다른 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하긴 했지만 세계 일주를 했던 것은 사실이라면 "애니는 그 시대의 상징이었으며 동시에 그 시대를 훨씬 앞서 나갔다. 그녀는 자전거를 타면서 대담하게도 스스로를 저널리즘의 브랜드로 만듦으로써 신여성을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박선미 옮김. 256쪽. 1만2천원.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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