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공기업개혁]④'빚의 덫'에 빠졌다

정부 대대적인 개혁 '공언'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부채는 '눈덩이'
2009년 600조 육박, 2년새 30% 급증..GDP대비 부채비율 10%p상승
"개혁 실패 반영..비효율 경영관행 책임소재 분명히 해야"
  • 등록 2010-07-15 오전 11:11:11

    수정 2010-07-16 오전 8:04:49

[이데일리 이숙현 기자] "공기업 부채가 재정부담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재무관리를 강화하라"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년반만에 내놓은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의 공기업부채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음을 울렸다.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전세계가 한결같이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하다. 문제 없다"고 자평해온 한국정부로선 다소 당혹스런 경고였다는 게 정부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공기업 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이명박정부가 직면한 또 하나의 딜레마는 바로 공기업의 부실한 재무성적표다.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건전한 체질변화를 목표로 강력히 '메스'를 가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실제 드러난 결과는 방만함과 부실함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현정부의 공기업개혁이 하드웨어적 측면(구조개혁)과 소프트웨어적 측면(체질개선) 모두 실패했음을 반영하는 단적인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기업 부채 600조 육박...GDP 대비 56%
 
한국조세연구원의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09년말 현재 297개 공공기관(시장형 준시장형 공기업+기금관리형 위탁관리형 등 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의 전체 부채규모는 596조3000억원으로 현 정권 출범직전인 2007년말 456조7000억원에 비해 30.6%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경제규모(국내총생산, GDP)와 비교하면 56.1%로 2년전(46.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기획재정부가 시장형과 준시장형으로 분류한 23개 공기업만을 따로 떼어놓고 분석해 보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분명해진다. 재정부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이들 공기업의 부채는 213조2000억원으로 정권출범직전인 2007년말 138조4000억원에 비해 무려 54.0% 급증했다.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도 2007년 107.2%에서 2008년 133.5%, 2009년 153.6%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공기업개혁의 성과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합병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빚의 덫'에 걸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법인인  LH의 전체 부채는 2009년 현재 109조2428억원로 재정부 분석대상 23개 공기업 부채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합병 이전 두 회사의 부채를 합한 금액보다 23조4900억이 더 늘어난 셈이다. 이중 이자를 부담해야 할 금융부채만 75조796억원에 달해 매일 내야할 이자만 평균 82억여원에 이르고 있다. 
 
박형준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기업들의 부채는 정부정책이나 국회의 입김에 따라 대책없이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정책에 따라 공기업들이 원하지 않는 사업을 어쩔 수 없이 떠맡게 되고 그 결과 자금조달을 위해 공사채를 무리하게 발행하면 재정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혁실패 반영.."책임 소재 분명히 해야"
 
문제는 이같은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점이다. 국가부채에는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지만 문제가 될 경우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 그 파괴력은 사실상 국가부채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OECD뿐 아니라 피치 등 국제 신용등급 회사 등이 한국의 공기업부채에 대해 잇따른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기업 부채의 심각성에 동의하면서도 부채의 증가만을 문제삼는데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항변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의 성격상 당장은 투자비용이 크게 들지만 나중에 수익 창출을 통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며 " 부채도 늘지만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 규모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채규모의 절대액수 뿐 아니라 전체 경제규모와 비교한 부채비율, 개별 공기업의 순자산과 비교한 부채비율 등 상대적인 부채비율 또한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의 이같은 항변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공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에 대한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이같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것은 현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 성과가 크게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각종 국책사업의 대행,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 책정 등 공기업 특유의 관행 외에도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비효율적인 경영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각종 개혁조치에도 재무건전성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 것은 개혁의 전반적인 전략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공기업들의 부채는 정부의 사업 대행과 낮은 사용료도 한 몫 한다"며 "부채가 국책사업에 의한 것인지, 방만한 경영 때문인지 책임소재부터 분명히 한후 부채를 줄이기 위한 경영합리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선진국처럼 일종의 성과계약(performance agreement)을 통해 반드시 성과를 내도록 공기업들에 대한 `민간위탁형 민영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는 정부대로 부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한편 공기업은 약속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망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통해 효율적인 경영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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