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가 애플 잡으려면? "2등마인드 버려라"

피터 스카진스키 스테라테고스 CEO 강연

일반입력 :2010/05/07 09:45    수정: 2010/05/07 11:21

류준영 기자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잇따른 애플발(發) 충격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안갯속 형국이다.

‘아이폰 돌풍’은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부진했던 양사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이어 출시된 '아이패드'. 플래시도 안되고, USB 입출력 단자도 없고, 배터리는 교체 불가인 데다 3G 이동통신망도 지원되지 않는데 설마 성공할 수 있을까란 관측은 보란 듯 빗나갔다. 출시 28일만에 100만대나 팔리자 양사는 경악했다.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태블릿PC를 내놓겠다”고 반격의 깃발을 올렸으나 이를 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피터 스카진스키 CEO는 “이제껏 지켜온 규칙을 반드시 깨야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지금까지 고수해온 성공규칙을 뒤집어 놓아야 한다는 것.

스카진스키 CEO는 노키아 경영컨설팅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국제 경영전략기업 스테라테고스의 설립자이자 최고 ‘기업경영전략가’이다.

‘핵심에 이르는 혁신’이란 히트 경영서적의 저자로 국내 기업인들에게 친숙한 그는 25년간 각 기업의 성장방향을 설정하고, 혁신역량을 구축하도록 돕는 컨설턴트 역할을 해왔다.

스카진스키 CEO는 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LG인사이트포럼’에서 “혁신을 프로세서화하자”라며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전략 쇄신방안 ‘6원칙’의 처방을 제시했다.

‘국내 글로벌 기업들 성장이 앞으로 가능할지?’ ‘그렇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 시점에 어떤 변화를 해야 할지?’ 물음에 대한 것이다.

동시통역사가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의 빠른 언변에 청중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와~’하는 탄성을 자아낼만한 실제 해외기업들의 성공사례가 줄줄이 쏟아졌고, 이들의 공통분모는 ‘지금까지 경영방식과는 달랐다’는 것이었다.

스카진스키 CEO는 그래서 국내 대기업을 향해 강연 내내 이렇게 다그쳤다. “2등 기업의 마인드를 버리세요. 지금의 난관을 돌파해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해선 ‘추종자’에서 ‘혁신자’로 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스카진스키 CEO 강연에 앞서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LG경제연구원 경영연구실 최정환 실장은 국내기업들의 20년간 엮어낸 기적 같은 성장 히스토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이젠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몇 가지 경영 구태를 지적했다.

먼저, 빠르게 따라잡는 식의 2등 기업의 전략으론 절대 1등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 대기업들의 글로벌 위상에 변화가 생겼다는 반증이다.

최정환 실장은 “이전처럼 선두업체의 기술을 모방한 후 가격경쟁을 거는 식의 경영전략으론 절대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없다”라며 국내 기업들이 지금껏 해온 경영전략방식을 꼬집은 후 “리스크를 분산화할 수 있는 새롭고 독창적인 가치지향을 추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전엔 직원들의 근면성과 ‘헝그리 정신’이란 노동력이 뒷받침 됐으나 현재는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개인화된 성향이 금기시되고, 팀워크가 성과극대화를 이루던 시절도 이젠 옛 이야기이다.

최 실장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기업분위기는 차츰 분산화되고 있다.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말처럼 토요일 일요일 대신에 ‘금’이 세 번 나오던 한국만의 특유의 노동력도 이젠 기대하기 힘들다. 이젠 주말에 야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노조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헝그리 정신도 많이 줄었다”라고 했다.

그는 또 “글로벌시장에서 중국기업과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규제환경도 변화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에서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탄소배출권 관련 규제도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사회적인 출산율 저하, 인구고령화 등 불확실성이 계속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이 내일도 통할까? 기존 성공방정식에 물음표를 끊임없이 던지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지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가질 것을 스카진스키 CEO는 당부했다. “IBM은 매년 수천 여명의 CEO와 인터뷰에서 기술•제품이 아닌 비즈니스모델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진스키 CEO는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 사례를 관련 예로 꼽았다. “음악을 CD에 담아 팔아야 한다는 기존 성공 비즈니스 모델에 의문을 가진 애플은 아이팟을 만들었다”라며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자유롭게 듣고 싶어하는 욕망을 제대로 읽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충족되지 않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찾으라고 말했다. 식기세척기를 싱크대에 내장한 한 가전업체의 제품을 관련 예로 들었다. “고객을 바꿀 위력이 있나, 경쟁우위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위력이 있는가, 산업의 근간을 바꿀 수 있나 등의 의문을 던져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또 이 같은 의문은 상부조직만이 아닌 전 직원이 함께 나설 수 있는 창의적 혁신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상상하고 실험하며 고유한 아이디어를 개발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 그는 저서에서 3M의 '15퍼센트 규칙(직원들이 근무시간의 15~20퍼센트를 회사의 자원으로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를 예로 들었다.

아울러 오픈 이노베이션(혁신) 즉 ‘개방성(Open up)’에 대해 너그러워질 것을 주장했다. 스카진스키 CEO는 세계 최대 생활용품 제조회사인 피앤지(P&G)를 그 예로 들었다. “피앤지의 수익 대부분은 외부에서 발생합니다. 회사의 핵심역량인 인적자원도 역시 60-70%가 모두 외부에서 지원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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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통념에 대한 도전도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한국판 마이크로 크레딧(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의 모델이 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Grameen Bank)의 성공사례를 예로 들었다. “소액대출로 빈곤층의 생활을 바꾸고, 노벨상까지 수상한 그라민은행의 도전 정신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월풀이 매년 30억 달러의 혁신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라며 “혁신의 적합한 프로세서를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특히 혁신이란 생각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하드웨어적인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