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신문, ○○일보'라는 언론사 간판은 이제 무의미하다. 언론사가 디지털콘텐츠의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다면 두 가지만 기억하라. 회사가 아닌 기자에게 투자할 것. 그리고 절대 사용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말 것."

19일 테터앤미디어 명승은 대표와 1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얻은 결론이다. 애초 주제는 플루토미디어가 오는 24일 여는 전자책&디지털콘텐츠 컨퍼런스에 대한 것이었지만, 결국 화제는 디지털 시대 변화의 파고에 둔감한 언론사로 모아졌다.

명 대표는 "종이신문을 더 이상 보지 않고 인터넷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생활패턴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뉴스산업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추구하는 강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신문의 종말을 말했지만 플랫폼만 바뀌었을 뿐 뉴스산업의 외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우리나라 최대부수를 찍는다는 조선일보가 잘 나갈 때 200만 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3200만 명에게 뉴스를 노출시킬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 언론사들에게 ‘윈-윈’ 하려는 자세가 없었던 게 문제였다. 포털과 뉴스유통을 놓고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면서 결국 변화를 따라잡는데 실패했다.

   
  ▲ 명승은 테터앤미디어 공동대표
ⓒ명승은, 위클리한양
 
 
명 대표는 “신문사들이 포지셔닝을 분명히 했으면 성공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플레이어인지, 아니면 유통하는 플레이어인지를 명확히 구분했어야 하는데,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 못하고 둘 다 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언론사 경영진이라면 “자사 브랜드를 숨기더라도 뉴스신디케이트 회사들이 원하는 맞춤형 콘텐츠를 패키지로 공급하는 전략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생산된 디지털 뉴스콘텐츠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해 사용자들이 얼마든지 자유롭게 퍼 나르도록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는 또 언론사의 브랜드의 허상을 지적했다. 그는 "언론사 기사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블라인드테스트를 한다고 가정하면 기사만 보고 조선일보 기사를 찾아낼 수 있는 독자들이 있을까? 원래 조선일보라는 브랜드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개인브랜드를 키워내는 에이전트의 역할이 앞으로 언론사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몰라도 ‘군사전문기자 유용원’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환경이 바뀌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 유용원 기자의 블로그 ‘유용원 기자의 군사세계’의 트래픽 유입량이 조선일보 전체 트래픽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캐릭터와 콘텐츠가 분명한 스타기자를 확보하고 있다면 디지털콘텐츠 시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다. 그는 “요즘 연합뉴스, 매일경제, YTN의 어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담아서 뉴스를 보는데 10초 단위로 똑같은 뉴스가 뜬다”며 “이런 식으로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절대 끌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 언론사가 디지털콘텐츠 시대에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자에게 투자하는 게 급선무다. 사진은 조선일보 트래픽의 20~30%를 차지하는 유용원 기자의 군사전문 블로그.  
 

그는 뉴스유료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몇몇 언론사를 중심으로 뉴스콘텐츠의 유료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용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식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뉴스유료화는 돈을 들여 만든 생산물의 권위를 지키겠다는 것이고, 정론에 머물러 있겠다는 것”이라며 “언론사가 얼마나 변화에 둔감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전자책 시장과 관련해서는 명 대표는 "미국 아마존 매출의 30%가 전자책 시장에서 나올 정도로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일찍 시작하기는 했지만 가격도 비싸고 콘텐츠도 없는 등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애플의 아이패드를 포함한 단말기들이 보급되기 시작하면 오프라인 매장에 들리지 않고도 단말기를 통해 책이나 물건을 바로 주문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교육시장과 게임시장이 급성장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책-디지털 콘텐츠 컨퍼런스 24일 열려

최근 애플 아이패드의 출시로 주목받고 있는 전자책 및 디지털 콘텐츠 마켓의 최신 동향과 전망을 살펴볼 수 있는 컨퍼런스가 열린다.

플루토미디어는 오는 24일 서울 강남역 과학기술관에서 '전자책 & 디지털콘텐츠 마켓 트렌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애널리스트가 바라 본 전자책 시장 분석 및 전망 △국내외 전자책 시장의 에코시스템 분석과 새로운 사업 기회 리뷰 △전자책 분야 파일 포맷, 콘텐츠 보호 등 표준 관련 이슈 분석 및 전망 △전자책 마켓에 처음 진입하려는 기존 콘텐츠 업체를 위한 조언 △스마트폰에서의 e-북 시장의 형태와 가능성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전자책 단말기 가능성 리뷰 및 전망 등이 주제로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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