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양심적 병역 거부자 93%가 한국인

2014. 12. 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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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양심'은 각자의 진지한 마음의 소리

한국은 그걸 인정 않는 유일한 나라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민용근 지음/끌레마·1만5000원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인권 영화 <어떤 시선> 중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다룬 <얼음강>의 민용근 감독이 쓴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은 제목만큼 아름다운 책이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진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택한 사람들의, 아니 우리 모두가 철저히 외면해온 이들의 고단한 삶 이야기를 담고 있어 그렇다. 단지 그들이 군대 대신 감옥에 갔기에 팍팍한 삶을 산 것은 아니다. 이웃과 사회의 편견을 뛰어넘지 못한 그들은 언제나 홀로 존재해야만 했다. 일단 오해 하나를 풀고 가자. 여기서 양심은 '착한' '선한' 그 무엇이 아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서 양심은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에 기반한, 즉 "국민 각자가 가지는 진지한 마음의 소리"를 뜻한다. 당연히 "군대 가는 사람은 모두 비양심이란 말인가"라는 반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1부 '병역거부자'는 비교적 최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했던 이들을 다룬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김훈태씨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교육의 본질"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시절부터 고민했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실천에 옮겼다. 학교를 떠나야 했고, 영어(囹圄)의 시간 1년6개월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선생님 감옥 가지 마세요"라고 울먹이던, 이제는 성년이 된 제자들과 종종 연락하며 스스로의 선택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외에도 출소 후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는 임재성씨, 현직 의경 신분으로 부대 내 가혹행위를 고발하고 병역을 거부한 이길준씨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2부 '혹한의 시절'이다. 병역거부 역사에서 가장 가혹한 시절이라 일컫는 1970년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남편과 남동생, 심지어 세 아들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감옥에 보내고 40여년 옥바라지를 했던 박정순씨 사연은, 40년 전에 비해 한치도 발전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무려 7년10개월 동안 감옥에 갇혔던 정춘국씨 이야기도 예사롭지 않다.

지은이가 1970년대에 주목하는 이유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따라붙는 한 가지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여호와의 증인에 관한 편견이 그것이다. 당시 한국은 일종의 병영국가였는데, 정부 목표는 입영률 100%였다. 이 엄혹한 시기에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은 좋은 먹잇감"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병역거부자들은 감옥을 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차별 구타와 고문, 회유가 이어졌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고,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안은 사람도 많았다.

3부에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돕는 이들을 소개한다. 부장판사로 일할 당시 판사로는 처음 헌법재판소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처벌에 관한 위헌심판을 제청했던 박시환 전 대법관 이야기가 첫 번째다. "최소한 나쁜 재판을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가진 박시환씨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약자에 대한 공감, 인간에 대한 예의" 측면에서 바라볼 것을 권한다. 2011년부터 200여명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변호를 맡고 있는 백종건 변호사 사례는 더 극적이다. 사법연수원 졸업생은 4주 군사훈련만 받고 법무관으로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백종건씨는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고,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번의 재판에서 모두 졌고, 현재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건을 변호하는 틈틈이 다른 병역거부자들을 돕고 있다.

2013년 6월 유엔 인권위원회(UNHRC)가 발표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와 신념 등을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해 수감 중인 사람은 전세계에서 723명이다. 놀라운 것은 그중 669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이 통계는 한국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다는 뜻이며, 지구상 거의 유일하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체복무제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손쉽게 젊은이의 삶에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는 사회가 바로 한국이다. 책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편견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손짓한다. 그 손짓은 다양한 사회적 논의로 이어져야 하고 징병제와 군대, 크게는 인권과 인간다운 삶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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