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대표 수사 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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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9.12.23. 오전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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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산자부 차관·과장 곽영욱 ‘지원’

당시 장관이던 정대표 역할 관심

검찰 “재판때 입증하겠다” 밝혀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석탄공사 사장 선임 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석탄공사를 산하 공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던 산업자원부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산자부 장관으로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만난 자리에 동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쪽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22일 한 전 총리를 기소하면서 공개한 혐의 내용을 보면, 산자부의 역할이 눈에 띈다. 재판에서 더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겠지만, 산자부 관계자들의 행동은 여러모로 석연찮다. 에너지 담당인 이원걸 산자부 2차관은 2006년 11월 말 곽 전 사장한테 전화를 걸어 ‘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하라’고 누군가의 뜻을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산자부 실무 과장이 곽 전 사장 집에 찾아갔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이때부터 사장 지원을 준비했다”며, 산자부 차관과 과장이 무슨 이유로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런 일을 했는지는 “재판 때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투다.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이들 선에서 추천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당시 산자부 과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차관의 지시로 사장 준비에 도움이 될 만한 내부보고서 등을 곽 전 사장한테 전달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직접 집으로 찾아간 이유도 결국 이 보고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12월 말 면접에 앞서 약 한 달 전부터 곽 전 사장을 석탄공사 사장으로 앉히기 위한 ‘작업’이 진행된 셈이다. 정무적 판단이 개입되기 마련인 이런 일을 차관이나 과장이 스스로 알아서 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 선임 경쟁에서 탈락한 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사장에 선임된 것도 결국 산자부를 상대로 한 로비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박남춘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은 최근 검찰에서 ‘석탄공사 사장 면접 때 곽 전 사장이 1등이었기 때문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다음 공기업 인사 때 사장에 선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당시 곽 전 사장이 1등을 한 게 산자부 내부의 도움 덕이라면, 이 역시 로비의 결과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산자부 장관이었던 정 대표에 대한 조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당시 정 장관의 지시가 없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전 총리의 기소 내용과 관련이 없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여운을 남겼다. 검찰은 한 전 총리를 기소하고서도 정 대표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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