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력세습 우려 ‘역 고교등급제’ 검토

김민아기자

“사립학교 출신 상류층이 전문직 독점”

영국 정부가 명문대 입시에서 가난한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집권 노동당 중진인 피터 만델슨 산업부장관이 런던의 세인트조지 의대와 킹스칼리지 의대 등이 운영 중인 저소득층 학생 우대 방안을 연구해 보고토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9일 보도했다. 지난달 앨런 밀번 전 보건장관이 이끈 위원회가 “사립학교 출신 상류층이 전문직을 독점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부총리 격인 ‘수석 장관’이기도 한 만델슨은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계층 이동성이 약화되는 것을 완화시키기 위해 이 같은 제도 개혁에 나섰다. 수석 장관은 각 대학에 입시정책을 바꾸도록 강제할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공식 지침을 통해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만델슨 장관이 연구 대상으로 지시한 세인트조지 의대는 대입자격시험인 A레벨에서 3과목 모두 A를 받아야 합격할 수 있는 명문대다. 그러나 소속 학교 평균보다 60% 이상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1과목 A, 2과목 B’이거나 ‘2과목 A, 1과목 C’를 받았어도 입학이 가능하다. 평균 학력이 낮은 학교의 우등생을 배려하는 것으로, 일종의 ‘역 고교등급제’다. 세인트조지 의대는 이 같은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1997년 48%이던 공립학교 출신 학생 비율이 최근 71.2%까지 늘어났다. 이 대학의 켄튼 루이스는 “모두를 똑같은 방식으로 대우하는 것은 평등이 아니다”라며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성적을 거뒀는지 고려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킹스칼리지 의대와 리즈대 등도 공립학교 출신 저소득층이나 대학 진학률이 낮은 지역 학생들에 대해 입학기준을 낮춰주고 있다.

만델슨은 2주일 전 대입 개혁을 예고하면서 특히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등 최상위권 대학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넓혀주는 일에 왜 아직도 진전이 없느냐”며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적극적 우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밀번 전 장관 팀이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판사의 75%가 사립학교를 졸업했고 경영자(70%), 고위공직자(45%) 사이에서도 사립학교 출신이 많았다. 이는 전체 학생의 7%만이 사립학교에 들어가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비율이다. 특히 의사나 변호사들은 국민 평균소득보다 70% 이상 많이 버는 가정에서 집중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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