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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조 원 IT 투자? 그 황당무계한 속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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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89조 원 IT 투자? 그 황당무계한 속임수

[홍헌호 칼럼] 실질 투자액 1.5조 원을 부풀리는 방법

"정보기술(IT) 산업이 다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는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IT 핵심전략 사업에 향후 5년간 189조3000억 원(정부 몫 14조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서울신문> 9월 3일)

가끔씩 기자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다. 바빠서 그런지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균형있는 분석을 해내지 못하고 정부의 속임수에 그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서울신문> 기자는 정부와 민간기업이 향후 5년간 189조 원의 IT 투자를 하게 되면 IT산업이 다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아마도 정부의 의도대로 189조 원이라는 거대한 수치에 큰 의미를 부여한 모양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189조 원'이라는 수치는 별다른 의미도 없는 정부의 속임수일 뿐이다.

'189조 원'이라는 수치는 의미없는 정부의 속임수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을 보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기계나 신축건축물 등을 사들이면서 지불한 금액, 즉 경제주체들이 투자를 위하여 지불한 금액은 모두 322조 원에 이른다. 세부적으로는 건설투자에 185조, 설비투자에 96조, 무형의 고정투자에 19조, 재고투자에 22조 원이 지출되었다.

예를 들어 속임수를 즐겨쓰는 어떤 권력자가 이 자료를 근거로 "우리는 향후 매년 322조 원, 5년간 도합 1610조 원을 투자하여 경제의 성장률을 대폭 높여 놓겠다"고 선언했다고 하자. 그의 이 선언은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경제성장이란 추가적인 수요액(여기에서는 투자액), 즉 수요증가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수요증가분이 없다면 경제성장률은 플러스로 나타나지 않는다.

* 경제성장율(%) = [GDP 증가분/ 전년도 GDP] x 100
*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 = [투자증가분/3대수요 증가분] x 100

<서울신문>이 보도한 바와 같이 2일 청와대는 'IT KOREA 5대 미래 전략'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189조 원의 IT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립서비스일 뿐 189조 원이라는 수치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정부의 추가적인 IT투자는 극히 미미한 수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일 그들의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썼다.

"IT KOREA 미래전략 실행을 위해 정부와 민간은 향후 5년간 189.3조 원(정부 : 14.1조 원, 민간 : 175.2조 원)을 투자해 나가기로 하였다. 정부는 투자금액 14.1조 원 중 12.6조 원을 중기재정계획에 반영하였고,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 확충을 통해 새로이 1.5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여 IT분야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 투자하기로 하였으며, 정부의 투자에 대응하여 민간도 175.2조 원을 투자하여 우리 IT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 보도자료에 의하면 189조 원의 IT 투자액 중 정부 투자액은 모두 14.1조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들은 이 중 12.6조 원이 이미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12.6조 원은 정부의 신규투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다.

▲ ⓒ프레시안

즉 MB정부는 14.1조 원에서 12.6조 원을 뺀 나머지 1.5조 원만을 5년간 투자할 계획(매년 3000억의 추가투자계획)을 세워두고 189조 원 투자 운운하며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연간 3000억 원 추가투자하며 '성장동력'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

그래도 민간부문에서 5년간 175조 원, 연평균 35조 원의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그것 자체는 대단한 것 아닌가. IT 투자가 우리나라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비중이 크다는 것과 그것이 추가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물론 경기회복세를 타고 민간부문의 IT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IT 부문에서 지난 10년간의 활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IT 부문에서 지난 10년간의 활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성장률이 4~5%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54회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IT 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통령의 언행이 지나치게 가볍고 이중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을 지켜보면 그에게 아주 독특한 특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의 뺨을 때리며 악수를 청하는 이중적인 태도'이다. 대북관계, 비수도권 주민들과의 관계, 야당과의 관계, 노동계와의 관계에서 그런 이중적인 태도는 일관되게 나타난다. IT업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대할 때 그는 웃고 있지만 그의 미소에는 진정성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 "IT는 고용창출효과가 낮다"고 단언했을 때 필자는 놀랐다. 그런 류의 발언은 학자들이나 하는 것이지 정책을 조율해야 하는 대통령이 해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우려대로 대통령의 이 발언은 경제관료들에게는 IT를 정책우선순위에서 제쳐 놓으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경제관료들은 건설사 CEO 출신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읽은 후, IT를 정책우선순위에서 제쳐 놓고 낭비적인 4대강 사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은 지나치게 가볍다. 또 MB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들을 보면 정부의 정책에 정당, 각부처, 전문가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대통령과 극소수 측근들의 의견만이 정책에 강한 흔적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IT업계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나서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는 이중적인 태도.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도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는 그의 모습만을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의 가면에 속아줄지는 의문이다. 그에게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많은 국민들이 가면 뒤의 그의 실체를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추가) 며칠 전 최장집 교수는 진보진영이 MB를 자주 비판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주고 그 결과 최근 그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는데 필자가 보기에 그의 분석은 전혀 근거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MB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전적으로 '경기회복세'의 영향이다. 특히 2006년 부동산 가격 상승기 때 많은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 그 동안 대출이자 부담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MB의 능력과 무관하게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타자 이들 중간층의 MB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누그러졌고, 그 영향으로 MB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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